[소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4

2025. 3. 20. 14:01여행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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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소설 습작'입니다. 뭐, 그럴 분은 없겠지만, 저작권을 보호해 주세요~ ㅎ

 

#1 과 #2 , #3 먼저 보기

 

"잘 지내? 오랜만이지"

내가 보낸 메시지에 비버는 사흘이 지나도록 답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읽었다는 표시도 없었다. 그날 밤 이후로 우리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안부를 물었다. 다만 항상 내가 먼저 말을 걸었고, 비버는 한참 뒤 짧게 답을 했다. 내가 의지를 갖고 대화를 이어가려 하면, 비버는 뜻이 애매한 이모티콘으로 응수했다. 두 달 동안 우리는 열 차례 정도 대화를 했고, 늘 이모티콘 직전의 대화는 "시간 되면 한 번 보자~ ㅋㅋㅋ"이라는 나의 말이었다. 

 

나와 비버가 처음 만난 때는 나뭇잎의 초록이 햇살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계절, 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거의 한 달 전이었다. '비버는 바쁜가보다'에서 '내게 관심이 없나보다'로 생각이 바뀐 탓도 있고, 회사에 사직을 하면서 정신이 없었다는 것도 나름의 이유였다. 그래도 내 휴대전화에서 비버의 전화번호는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메신저에서 비버를 차단하지도 않았다. '비버가 날 차단한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난 아무런 사진도 올라오지 않은 비버의 프로필을 수시로 눌러봤을 뿐이다. 

 

"딩동!"

일찍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메신저가 울렸다. 비버였다. 

"안녕하세요"

기다리던 소식에 몹시 반가웠지만, 나란히 붙어서 걷다가 갑자기 서너 걸은 멀어진 듯한 태도에 서운함이 차올랐다. 

"오오~ 잘 지내고 있었구나?"

"네"

회색으로 칠한 콘크리트 벽같은 태도에 '요즘 바쁜지, 어떻게 지내는지'는 차마 물을 수 없었다. 언제 또 대화가 끊길 지 모르니,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혹시... 그 날 밤 기억나?"

"?"

"그날밤이요"

나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 처음 만날 날..."

"아,..."

"그 날 2차 끝나고 우리 같이 큰길로 나갔잖아. 가면서 얘기도 많이 했고..."

"아그런것같아요"

"그런 것 같아 라니... 잘 기억 안 나나 보네...."

서운함을 나만 감당할 수 없어 살짝 표현했다. 다만 보내고 나니, '나만 진심이지라고 보내는 게 좀 더 위트 있어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술마시면 기어기 잘"

'아니 어떻게 그걸 기억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자, 띄어쓰기를 안 하고 맞춤법도 틀리는 비버의 메시지에 짜증이 났다. 

"아, 그냥 지금 전화 가능?"

"지금은어려워요"

"그럼 여기다 말할게. 그날 같이 걸어가면서 네가 이상형을 물었잖아. 그때 나는 '외모는 그때그때 바뀌어서 잘 모르고, 키스를 했을 때 필이 딱 와야 이상형'이라고 했잖아."

"그랬던거같네요"

"음... 그래서 그때 우리가 한 거 기억 안 나?"

"뭐요"

 

'비버는 지금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가슴 속에서 답답함과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부끄러움이 뒤엉켰다. 나는 휴대전화 메신저 창을 닫았다. 

 

그날 밤 우리는 큰 길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갔다. 연애든 원나잇이든 파트너를 찾는 게 가장 큰 동기인 번개 모임에 나왔다가, 빈손으로 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일까? 비버는 내게 "이상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나는 "키스로 필을 맞춰봐야 안다"고 말했다. 내 말에 비버는 한참을 박장대소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하고 잘 된 적 있느냐?", "못생겨도?" 등등 시작해 질문을 쏟아냈다. 마침내 "그럼... 키스 잘 해요?"까지.

 

술 기운때문이었을까? 나는 비버의 손을 잡고 컴컴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한 번 확인시켜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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