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삶(4)
-
나를 너무 사랑하는 고난
집에 우환이 생겼다. 지난 6월 이후, 실업급여도 못받으면서 근근히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내게는 참담한 일이다. 약 1달 전부터 어머니가 "몸이 아프다"고 하셨다. 병원에 가도 그 또래 몸이 약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외에 특별한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매일 "아프다. 아무래도 나 어떻게 될까봐 걱정이다"라고 전화를 하셨고, "나가서 운동이라도 좀 하시라"라고 해도 "힘들다 어지럽다 기운이 없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발이 붓는다..."며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 "내가 사고를 쳤다"며 전화를 하셨다. 형사사건 피의자가 됐단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일이었는데, 무서워서 그런지 내게 얘길 안 하셨던 것 같다. 노인들이 그렇듯 '경찰서'라면 벌벌 떨며, 사건을 키웠다...
2023.12.06 -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공식 백수가 된 지, 23일. 비공식적으론 2달, 그리고 23일이 됐다. 둔한 몸처럼 감각도 순발력이 떨어진 건지, '백수'라는 내 현실을 체감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도 아니고, '아 모르겠다'하고 지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티드를 통해 10곳, 링크드인을 통해 2곳에 입사 지원을 했다. 하지만 모조리 서류 탈락. 링크드인으로 지원한 한 곳은 결과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채용공고를 새로 냈다. (흠... 차라리 '당신 떨어졌소!'라도 알려주지. 아닌가? 모르는 게 낫나?) 12번의 서류 광탈 이후, 난 입사지원은 잠시 중단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원할 만한 곳에 미리 다 지원하..
2023.01.23 -
직장생활 16년만에 실업 급여를 받게 됐다.
작년 10월 회사가 폐업을 선언했다. 권고사직을 당한 것이다.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했고, '이 나이에 어디에 취직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나마 내가 백수가 된 과정이 회사 폐업으로 인한 '권고사직'이라는 점은 다행이라 해야 할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회사에서권고사직 처리를 하고 나는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처음해보는 것이라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는다. 1. 회사에서 '4대보험 상실 신고서'와 '이직확인서'를 관련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상실 신고는 "이 사람은 더 이상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안 낸다며 제출하는 서류니 알아서 처리해준다. 이직확인서는 내가 '이직확인서 발급 신청서'를 회사에 내면, 회..
2023.01.17 -
갑자기 찾아온 백수의 삶
만으로 '마흔넷'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작년 10월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니던 직장 창업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 "통화 괜찮나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답장을 했다. "네, 제가 전화드릴까요?" 우리는 영상 통화를 했다. 당시 창업자는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통화가 시작되고 그의 머뭇거림에서 묘한 기분은 불길함으로 바뀌었다. "회사를 더 이상 해나갈 자신이 없어요. 미안하지만..." 사실 몇달 전부터 나는 회사를 떠나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비슷한 삶이 싫었던 건 아니다. 처우에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중심이 되는 회사 운영이 약간, 그렇다 정말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