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백수의 삶

2023. 1. 10. 16:55백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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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마흔넷'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작년 10월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니던 직장 창업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 "통화 괜찮나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답장을 했다. "네, 제가 전화드릴까요?"

 

우리는 영상 통화를 했다. 당시 창업자는 해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통화가 시작되고 그의 머뭇거림에서 묘한 기분은 불길함으로 바뀌었다. "회사를 더 이상 해나갈 자신이 없어요. 미안하지만..." 

남들은 즐기다 온 다낭을 내가 갔을 때는 이렇듯 성난 파도만 일었다. 흠... 마치 지금 내 심경과 같구만...

 

사실 몇달 전부터 나는 회사를 떠나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비슷한 삶이 싫었던 건 아니다. 처우에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중심이 되는 회사 운영이 약간, 그렇다 정말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게도 이렇게 센 고집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능력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센 내게 실망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게 괴로웠다. '언제 떠나야 할까?', '내가 지금 떠나면 뭘 할 수 있을까?', '여기에 있으면서 받은 게 많은 데, 이렇게 떠나도 되는 걸까?' 등등... 오만 쓸 데 없는 생각을 하며, 기계적으로 회사를 몇 달 다니던 차였다. 그럴 때 창업자가 선포한 '사업 정리 및 해고'. 

 

"저는 00님께서 정말 힘든 시간을 신중하게 고민하셨으리라 믿어요. 그래서 저는 응원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우리의 통화는 어색하게 끝이 났다. 

 

나름 '멋있는' 마무리를 했지만, 이후 나의 삶은 조금도 멋있지 않았다. 덜컥 두려움이 이는 날에는 '원티드'나 '링크드인'에서 채용정보를 검색해,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지원을 했다. 물론 나의 스코어는 12전 11패. 1전은 이력서도 읽지 않은 채 1달이 넘었으니... 이걸 내 상처를 배려한 것이라 봐야 하나... 아무튼 일관된 경력없이 나이만 많은 내게 "면접이라도 봅시다"하는 곳은 없었다. 

 

마냥 두려워하고, 서류 광탈에 낙심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 구독자가 지인들뿐이다. 유튜브에선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당장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금전적으로 골치 아픈 일이 2023년 5~6월이나 되어야 다소 실마리를 찾을 것 같기에.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가지기로 했다. 당장 실업급여(정확히는 구직급여)를 신청하면 몇 달간 풍요롭진 않아도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까. 다행히 회사에서 해고 처리가 돼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는 있다. 그런데... 막상 신청하려 해보니, 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 오늘의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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