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3. 14:33ㆍ백수의 삶
공식 백수가 된 지, 23일. 비공식적으론 2달, 그리고 23일이 됐다. 둔한 몸처럼 감각도 순발력이 떨어진 건지, '백수'라는 내 현실을 체감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냥 '어떻게 되겠지'도 아니고, '아 모르겠다'하고 지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티드를 통해 10곳, 링크드인을 통해 2곳에 입사 지원을 했다. 하지만 모조리 서류 탈락.
링크드인으로 지원한 한 곳은 결과도 알려주지 않고, 그냥 채용공고를 새로 냈다. (흠... 차라리 '당신 떨어졌소!'라도 알려주지. 아닌가? 모르는 게 낫나?)
12번의 서류 광탈 이후, 난 입사지원은 잠시 중단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에는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원할 만한 곳에 미리 다 지원하면 나중에 지원서를 낼 곳도 없을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과 지금은 연초라서 마땅한 곳이 없다는 "이솝우화"의 신포도 같은 생각으로 지원을 일시 보류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어제 갑자기 불안감이 커졌다. 2월 말에 내야 할 '엄청 큰' 돈이 있는데, 생각했던 방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이 없으면 대출도 못 받을 텐데... 이제서야 백수라는 내 현실을 자각하게 됐다.
아 산다는 건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일까? 현실에 쫒겨 어떻게든 취직을 해야하는 것일까? 곧 마흔네 살이 되는 내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운이 좋아 구하더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지금 내 문제는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평생을 그냥 주어진대로 살았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니,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듣고 필기하고... 시험 때가 되면 벼락치기 해서 공부하고... 그러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갔고... 잠시 유학을 꿈꿨지만, 내 현실을 자각하고 취직을 했고... 직장 생활에서 월급 외엔 보람이 없었고... 그냥 '난 행복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약 15년 정도 되는 직장 생활동안 이직을 무려 4번이나 했다. (그러니 경력이 제대로 쌓이지 못했지...) 늘 '난 행복하지 않아'라는 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번에는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 하는 큰 빚을 해결해야 한다. (이건 아직 답을 못 찾아서, 밤에 불안하기도 하고... 눈 뜨면 로또라도 사야하나... 하는 사행심리에 빠진다.)
아무튼 내 계획은 상반기 내 빚을 해결하고,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단칸방 전세금을 털어 반은 홀로 계신 노모의 생활비로 드리고, 나머지 반으로 최대 2년(현실적으론 많이 부족한 금액이다)을 목표로 세계 여행을 떠날 거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유튜브는 내 여행과 생각을 기록해두는 '공책' 같은 건데, 지금은 편집 연습삼아... 그리고 여행하면서 생각을 조리있게 담는 연습을 하기 위해 현재도 간헐적으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트래블러(트러블러가 아니라) '해요'의 유튜브 채널
그리고 이 블로그엔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을 올려야지. 부족한 여행 자금은 운이 좋아서 내가 남긴 기록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저... 정말... 여행이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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