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너무 사랑하는 고난

2023. 12. 6. 19:06백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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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우환이 생겼다. 지난 6월 이후, 실업급여도 못받으면서 근근히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내게는 참담한 일이다. 

약 1달 전부터 어머니가 "몸이 아프다"고 하셨다. 병원에 가도 그 또래 몸이 약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외에 특별한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매일 "아프다. 아무래도 나 어떻게 될까봐 걱정이다"라고 전화를 하셨고, "나가서 운동이라도 좀 하시라"라고 해도 "힘들다 어지럽다 기운이 없다 허리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발이 붓는다..."며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지난 월요일 "내가 사고를 쳤다"며 전화를 하셨다. 형사사건 피의자가 됐단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일이었는데, 무서워서 그런지 내게 얘길 안 하셨던 것 같다. 노인들이 그렇듯 '경찰서'라면 벌벌 떨며, 사건을 키웠다. 상황을 파악하려 해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정보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법무 법인에 있는 지인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내 몇 달치 아르바이트 비용을 착수금으로 보냈다. 안성탕면이나 너구리도 비싸서 노브랜드 라면만 사먹던 나는 앞으로 뭘 더 줄여야 할지 막막하다. 

왜 고난은 나를 이렇게 사랑하는 것일까? 싫다는 데 왜 이렇게 나를 따라 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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