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3. 12:58ㆍ여행자의 삶
지난 2월부터 티스토리를 쓰고 있다. 적당한 에너지를 들여,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때로는 투자와 관련된 것도 쓰고, 때로는 예전에 여행갔던 기억을 되짚어 쓰기도 하고, 최근에는 소설 습작도 해본다. 쓰고 싶은 게 있어서 쓴다기 보다는, 쓰겠다는 마음으로 뭔가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월 14일부터 티스토리를 시작했으니, 오늘로 한 달이 지난 셈이다. 2월은 28일까지였기 때문에 뭔가 이득을 본 듯. 오늘 문득 다른 포털사이트에 메일을 확인하다가, 10여년 전에 내가 영화를 보고 내블로그에 써놓았던 글을 봤다. '세상에나... 내가 이런 오글거리는 짓을 했었나?'라는 부끄러움도 들지만, 그래도 뭔가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내가 안쓰럽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티스토리에 쓰는 글들도 몇 년, 아니 몇 달만 지나도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인생이란 게 뭐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거나,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거나.
예전 글 중에서 2편을 여기에도 옮겨놓기로 했다. 너무 오버하지 않고 살기 위한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우선 2014년 4월 23일에 CGV압구정에서 본 '한공주'에 대한 감상이다.
[한공주] 공주가 무슨 죕니까?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이수진 감독의 영화 '한공주'는 그렇게 시작한다. 뭔가를 추궁하는 듯한 학부모와 학교관계자들에게 둘러쌓인 공주(천우희)의 고백으로.
이미 너무나 많은 평이 나온 한공주에 대해 첨언하는 것은 사족같은 일이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한 여고생이 다시 일어서보려 하지만 돈에 넘어가는 아버지, 남이야 어떻든 자기 자식만 살리면 그만인 부모들, 불쌍한 피해자는 있어도 완전한 피해자는 없다는 우리 사회의 시각들 등을 무표정하게 채찍질하는 영화라는 것과 2014년 한국영화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일 거라는 점뿐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이 영화가 고발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는 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거실 장면 등을 보면서 감독의 의도가 조금 과했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더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모두가 극찬하는 클로징은 그 색깔만큼이 슬픈 영상. 극장을 떠나는 관객의 머릿속에 한참 동안 남는 잔영이다.
아.. 오글오글... 그런데 지금은 이 영화의 클로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한참동안 남는 잔영"이라고 써놓고선. 다음은 영화 '일대종사'다. 이 영화는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내가 써놓은 걸 보니 2013년 8월 13일 롯데시네마 영등포에서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직장 퇴사후 2달쯤 지났을 때였구나.
[일대종사] 후회가 없으면...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는 가을같은 영화다. 슬로우와 클로즈업으로 전개되는 액션신은 눈부시다. 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처연하고 슬프다.
영화는 영춘권의 달인 엽문(양조위)의 일생을 그린다. 엽문은 2차대전 당시의 중국사에 실려 표류하듯 살아간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비단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겠는가? 궁가 64수를 전수받은 무인 궁이(장쯔이) 역시 시대의 아픔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영화의 정서는 후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아쉬움. 하지만 그것이 철천지 한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사는 게 다 그런 거다'라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인생관이 '화양연화'에 이어 펼쳐진다. "후회가 없으면 그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라는 궁이의 말처럼. 무협인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극장을 나오는 가슴 한 켠이 쓸쓸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이불킥 천 번 할 만한 글을 썼던 게 후회가 된다. 하지만... 후회가 없으면 그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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