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2

2025. 3. 12. 16:42여행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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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소설 습작'입니다. 뭐, 그럴 분은 없겠지만, 저작권을 보호해 주세요~ ㅎ

 

#1에서 이어집니다. 

 

"간 섬유화는 아니고, 간염을 앓았었던 것 같네요."

컴퓨터 화면에는 CT촬영, 혈액검사 결과 등이 어지러이 띄워져 있었다. 하지만 화면 속 어지러움과 달리 의사는 '별 것 아니다'라는 듯 심드렁하게 말했다. 

"간... 염이요? 간암이요?"

"간염, A형 감염을 알았던 것 같아요. 본인도 모르게."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라'는 건강검진 결과보고서에 놀란 나는 그날 저녁 바로 여기저기 병원을 수소문했다. 큰병원에 연줄이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열흘 뒤 간 전문의의 진료를 예약할 수 있었다. '혹시 내게 무슨 큰 병이 있는 걸까?', '나 이제 죽는 건가?', '죽는 건 두렵지 않는데, 뭔가 인생을 즐기지도 못해서 서운한데 어쩌냐?', '모르겠다, 될 대로 되겠지!' 등등 나는 열흘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도둑처럼 찾아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퇴사를 한 터라, 불안에 시달릴 시간또한 많았다. 누워 있다가도 불안해졌고, 밥을 먹거나 길을 걷다가도 걱정을 했다. '차라리 일이라도 바쁘게 하고 있었으면 나았을 텐데...'

 

바다도 아름답고, 햇빛도 좋았다. 모스크가 위엄있게 선 이스탄불 풍경도 좋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좋았다. '조화'는 아름다움을 위한 필살기다.

 

 

열흘간 불안에 시달렸던 머릿속 사정과 달리 검사는 단순했다. 피를 뽑아서 검사했고, CT를 찍었다. 2시간 정도 병원 복도에서 기다렸고, 심드렁한 표정의 의사에게 "별 일 아니다"라는 판정을 받았다. 기쁘면서도 한 켠으로 맥이 풀렸다. 그리고 '이내 이 검사에 들어간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이른 바 '백수'인데.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A형 간염'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러고보니 아까 의사에게 "A형 간염은 무엇이고 왜 걸리는 건가요?"를 물어보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병원 진료를 받을 기회도 흔치 않지만, 의사를 한 번 만나는 것이 흡사 "영접"이라도 하듯 돈도 꽤 들어가는 일인데. 

 

포털 사이트에는 "30 정도의 잠복기 후에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일차적인 전신증상이 나타난다"고 써 있었다. 그러고보니, 한 달여 전쯤 출퇴근할 때 차안에서 메스꺼울 때가 꽤 여러 번 있었다. 당시에는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라고만 생각했었다. 

 

여행을 가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때가 많다. 어쩌면 내가 그 안에 든 희로애락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즉 몰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체 나는 왜 A형 감염에 걸렸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한 대학병원 사이트에 올라온 원인을 훑었다.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A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된다. 특히 개인위생 관리가 좋지 못한 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발병되지만, 최근에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20~30대에서도 발병률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주로 A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 감염되며,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A 간염을 가지고 있는 모체가 출산하는 과정에서 태아에게 전염될 있고, 수혈을 통해서 또는 남성 동성애자 등에서 비경구적인 감염에 의해서도 있다."

 

'접촉'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지난 봄에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날 밤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비버.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비버에게 나는 끌렸고, 우리는 골목에서 키스를 했다. 키스라기 보다는 입맞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법한 짧은 접촉. 그렇다. 최근 몇 달새 내가 타인과 나눈 유일한 접촉이 떠올랐다. '비버 때문에 간염에 걸렸던 걸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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