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0. 15:23ㆍ여행자의 삶
*이 글은 제가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써보는 '소설 습작'입니다. 뭐, 그럴 분은 없겠지만, 저작권을 보호해 주세요~ ㅎ
"오늘은 좀 일찍 나가자. 날도 날이니 만큼."
팀원들에게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했다. '오늘은 나의 마지막 근무일인 만큼, 빠지는 사람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들이 내키지 않는 점심 자리에 불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가자, 어서 가자. A, 뭐 먹을까?"
서운한 마음이 들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짐짓 맛있는 음식을 먹을 것이 기대라도 되는 양, 활기를 과장해 A에게 물었다.
"음... 고기 먹을까요?"
그나마 내게 호의적이었던 A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호응을 해줬다.
"그럼 00갈비 가자! 자, 가자고~"

우리가 갈비집에서 밥을 먹는 동안, 뭔가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원맨쇼', 정말 호응이 없어서 하는 사람도 맥 빠지는 원맨쇼였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우리가 이렇게 같이 밥 먹는 것도 마지막인데... 뭐 하고 싶은 말 없어?"
"..."
괜히 말을 꺼냈나보다. 정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목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더 불편한 자리가 됐다. 머쓱해진 나는 다시 말을 돌렸다.
"여기 오랜만에 왔는데, 맛있다. 그치?"
그때였다. 평소 내 애를 많이 태웠던 B가 한껏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팀장인 내가 사직을 하고 나면, 자기들은 어떻게 되는지를 물은 것이다.
"글쎄, 인사팀에서 그런 걸 내게 말해주지는 않아서..."
"팀장님이면, 그런 걸 확인해서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왔다. '오늘이 아니면 더 이상 함께 하지 못 하는데, 끝까지 자기 앞 길만 챙기려 하다니.' B는 내가 애정을 많이 쏟았던 팀원이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약 2년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부를 때마다 표정부터 일그러졌다. 다른 팀원들이 내게서 멀어진 것도 내가 B만 아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의 7할은 '팀원들이 나를 멀리하는 것' 때문이고, 그 일에는 B와의 관계가 70퍼센트를 차지했다.

"음... 오늘이 마지막인데,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그것뿐이구나."
더 이상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복받쳐 오르는 서러움이 분노로 변할 것 같았다.
"먹고들 와. 나 인재팀에 좀 가봐야 해서."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결재를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팀원들은 어떤 표정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기대와 달리 조금의 서운함도 보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속상할 것 같았다.
식당 계단을 내려오며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봤다. 이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 안내"라는 제목이었다. 사직 의사를 알린 후, 나는 회사 복지의 하나인 건강검진을 받았다. '백수'가 되면 쉽게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나름의 계산이었다. 그렇게 서둘러 한 달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가 온 것이었다. 메일을 열고 첨부파일을 열고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입력했다. 작은 크기로 빼곡히 적혀 있는 글씨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있었다.
"빠른 시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여행자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2 (16) | 2025.03.12 |
---|---|
[일상] 늦깎이와 영린이를 위한 영어 공부 꿀 사이트 (29) | 2025.03.11 |
[일상] 마흔여섯에 토익을 보러가서 느낀 것들 (11) | 2025.03.09 |
[여행] 지금은 언감생심인 그곳, 레바논 (8) | 2025.03.08 |
[또 간 집] 얼큰한 명태 국물, 안성또순이 (3) | 2025.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