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8. 18:12ㆍ여행자의 삶
여행이라는 '말머리'를 달았지만, 마음 한 켠이 쓰리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여행지, 아니 출장지. 2012년 나는 여행 취재를 위해 레바논에 갔었다. 아랍권 중동 국가이지만, 지중해 스타일의 음식과 오랜 친구처럼 소탈했던 가이드... 그리고 내 기억에 새기고 싶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던 풍경들.
외교부에 따르면, 레바논은 현재 여행경보 4단계로 분류된다. 작년 8월 7일 0시부터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효되었다. 여행경보 4단계는 해당 지역에 대한 모든 여행을 자제하거나 금지하는 경고다.
레바논이 여행금지 국가가 된 것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때문이다. BBC 뉴스 기사 '이스라엘의 6차례에 걸친 레바논 침공 역사'에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동맹 관계인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한 치명적인 공세를 가한 다음 날,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자 분쟁 중인 국경 지역 내 이스라엘 진지를 향해 로켓포를 발사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종교와 민족 등 여러 정체성으로 이스라엘과 갈등을 겪은 나라 레바논, 한 때는 내전이 일어나 도시 곳곳에 총탄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던 그 나라. 하지만 레바논이 있는 지역은 알파벳의 기원이라고 하는 '페니키아 문자'는 물론, 십자군 전쟁 등 우리도 익히 들어본 고대와 중세 서양사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작년 11월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철군시한 이후에도 앞으로 당분간 레바논 남부의 전략적 거점 5곳 전초기지에 병력을 주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의 복잡한 밀당은 모른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레바논 사람들이 하루 빨리 이 아름다운 풍경을 되찾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행자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1 (12) | 2025.03.10 |
---|---|
[일상] 마흔여섯에 토익을 보러가서 느낀 것들 (11) | 2025.03.09 |
[또 간 집] 얼큰한 명태 국물, 안성또순이 (3) | 2025.03.07 |
[일상] 나의 시간 도둑들 (14) | 2025.03.06 |
[일상]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16) | 2025.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