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마흔여섯에 토익을 보러가서 느낀 것들

2025. 3. 9. 16:04여행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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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토익 시험을 봤다. 만으로 서른이 되기 전에 봤던 것 같으니, 최소 16년만의 일이다. 너무 오랜만의 일이라, 컴퓨터용 사인펜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연필인지도 인터넷 검색을 하고서야 알았다. 요즘에는 수험표를 출력해가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약간의 격세지감이. 

 

나는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막상 시작을 해서 일정 궤도에 오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게 이 느낌은 마치 등산하고 좀 비슷하다. 우선 처음에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다. 막상 마음을 먹고 초반 시작은 좋다. 하지만 산 입구에서 능선까지 오르는 길에서 많은 난관을 만나며 후회하거나 포기할 때가 많다. 그런데 몇 번일지 모르는 그 과정을 이겨내면, 뭔가 성취감이 있다. 내가 뭔가를 하는 과정은 늘 이런 것 같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부자가 되어 북한산에 올랐을 때... 지금보니 서울 하늘이 엄청 뿌옇구먼

 

내가 토익을 본 것은 올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나는 중국어나 일본어 같은 다른 외국어는 전혀 못한다. 인삿말과 고맙습니다 정도만 안다. 그래서 영어로 도전하는데, 공인 외국어 성적이 필요했다. 토익은 760점을 넘어야 한다. 6월30일 전에 최근 2년 이내에 받은 유효한 성적표가 있어야 한다. 

 

사실 시험을 신청해놓고 공부는 하나도 못했다. 아니 안 했다. 760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업무상으로 영어 읽기를 많이 하고, 걸어다닐 때 영어 유튜브 채널을 자주 들으니까. 

 

20년 넘게 서울에 살면서 단 2번밖에 안 가본 복한산

 

결과적으로 이번 시험은 망했다. 듣기평가는 중간에 영혼이 가출했고, 읽기는 뒤에 10문제 정도를 못풀었다. ㅠㅠ 이런 시험에서 시간이 없어서 문제를 다 풀지 못하다니... 부끄럽고 한심했다. 그래도 뭐, 성적이 안 나오면 한 번 더 보면 되니까. (다만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좀 ㅎㅎㅎ)

 

오늘 토익을 보고 느낀 점 중에 '영어를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후회 섞인 다짐은 차치하겠다. 언어 능력, 아니 외국어 능력 향상은  앞으로 내 인생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니까. 다른 것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시험지를 보고 있다 보니 시야가 어두컴컴해지고 글자가 흐릿해졌다. 노안이 왔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듣기평가를 할 때는 좀 전에 들은 것도 긴가민가하게 되거나 아예 생각이 안 났다. 읽기를 할 때는 서너 차례 답안을 다른 번호에 마킹했다. 무엇보다 75분 정도 되는 시험 시간을 완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했다. \

 

바위에도 저렇게 생명이 자란다. 사람 말고, 나무라는 생명 ㅎ

 

왜 그랬을까? 생물학적 노화와 기술 문명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나의 그릇된 생활태도가 원인이 아닐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그것인 인간의 숙명이다. 하지만 좀 더 관리는 할 수 있다. 눈에 좋은 채소를 많이 먹거나 운동을 하는 식이다. 기술에 대해서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얽매어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다. 요즘은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보고나면 눈이 너무 아프다. 마지막으로 생활태도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노화로 방금 들었던 것을 기억 못하고 집중력이 약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나는 너무 남들이 말할 때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타인의 말을 들을 때 좀 더 집중하며 살아야겠다. 

 

오늘의 결론. (1) 스마트폰과 노트북 보는 시간을 줄이자 (2) 운동을 하고 녹황색 채소를 좀 더 먹자 (3)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경청하자.

 

영어 시험 보러갔다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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