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4. 12:32ㆍ여행자의 삶
나는 개인투자용국채를 사고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작년 6월에 처음 나왔고 12월에는 발행되지 않았다. 나는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채권이 발행되는 달마다 10년물을 사고 있다. 물론 돈은 없어서, 20만원 혹은 30만원 정도씩만 산다.
개인투자용 국채란, 쉽게 말해 '개인이 국가에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이자와 함께 받겠다는 채권'이다. 이 채권을 유일하게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올라온 설명을 보자. 연간매입한도와 발행종목은 올해 3월부터 변경됐다. 10년물이라는 것은 10년간 돈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채권은 만기시에 이자와 원금을 일괄 수령한다. 즉 중간중간 이자를 주거나 국가가 원금의 일부를 상환하지 않는다. 정해진 기간을 기다려야 하다보니, 추가 금리인 '가산금리'를 준다. 하지만 약속한 기간을 못참고, 중간에 채권을 환매(국가에게 상환 요구)하면 가산금리는 못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만기보유시 매입액 총 2억원까지 이자소득 15.4%(지방세 포함)를 분리과세한다는 점이다. 분리과세라는 게 좋은 점은 '이렇게 받은 돈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종합소득세 등을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나중에 연금으로 매달 200만원을 받는데, 이 채권 만기 금액이 더해지더라도 이 금애은 이자소득세 빼고는 종합소득세는 안 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반응이 꽤 별로다. 정부가 매달 팔겠다고 내놓은 만큼, 개인들이 사지 않는 분위기다. 처음에는 20년물만 미달이었는데, "도입 넉달만에 10년물도 청약 미달"이라고 기사가 나왔다.
그래서 인지 올해 3월부터는 5년물도 등장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3월부터 개인투자용 국채 '5년물' 발행…구매한도 '2억원'까지'에 따르면, 3월부터 5년물도 발행하고 1인당 연간 구매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연합뉴스에 나온 '미래에셋 "신규 5년물 개인투자용 국채, 연 5.5% 예금수준 수익"(종합)' 기사를 보자.
"만기 보유 시 적용 금리는 세전기준 5년물 약 16.11%(연평균 3.22%), 10년물 약 36.87%(연평균 3.68%), 20년물 약 87.86%(연평균 약 4.39%)다. 분리과세 혜택으로 인해 이번 3월 개인투자용국채의 종목별 예금환산수익률(종합소득세율 49.5% 기준)은 5년물 5.5%, 10년물 6.2%, 20년물 7.4% 수준이다. 3월 개인투자용국채 5년물을 만기 보유할 경우 연 5.5%의 예금수익률과 동일한 세후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미래에셋증권은 설명했다."
5년물은 연 5.5%를 주는 5년짜리 예금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즉 이번 달에 10만원어치 5년물을 사면 매년 5500원씩 이자가 붙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또 관심이 '미지근'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자가 팍팍 붙는 것도 아니고,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간 돈이 묶여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사람도 넉넉한 사람도 투자를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흥행이 별로인 개인투자용 국채를 국가는 왜 만들었을까? 똑똑한 양반들이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시사저널에 나온 이 기사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 D-1···진짜 도입 배경은 국채 조달금리 낮추기'는 이 채권 도입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의 노후 대비와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거침없이 늘어난 나라빚으로 국채 발행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채 발행시 조달금리를 낮추는 것이 정부 재정에 핵심 관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기가 된 국채는 정부가 국채를 새로 찍어내 돌려막기를 하는데 2000년 약 15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국채 연간 발행량은 2015년 10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서는 165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국채 발행 잔액은 11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특히 단기국채보다 장기국채 발행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 이자율은 더 높기에 정부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만기 10년이상 국채 비중은 2011년 56%에서 지난해 76%로 늘어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 국채를 사주는 수요층은 대부분 기관들이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국채 보유 규모는 약 15조원이고 전체 국고채의 1.6%에 그친다.
국채 발행규모가 커질수록 기관들의 힘이 세지고 정부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단기국채보다 장기국채가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로서는 국채 수급이 개인투자자들로 확대될 경우 수요 다각화로 국채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용 국채 1조원 발행시 국채 조달금리는 1.0~1.2bp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옴마, 나 호구잡힌 건가? 만약 이 기사를 미리 봤더라면, 아마 나는 개인투자용 국채 투자를 안 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개인투자용 국채를 투자하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나는 투자를 잘 못하고 게으르다. 은행 적금보다 좀 더 이자를 주면서, 한 번 넣어놓고 신경 안쓰는 투자를 하고 싶었다. 둘째 (이미 은퇴한 거나 다름없지만)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정확히 19년이 남았지만, 과연 그때 국가가 국민연금을 줄까? ㅠㅠ) 소득 크레바스를 건널 뭔가가 필요했다. 물론 소득 크레바스를 건너기에는 한 달에 20~30만원씩 투자하는 것으로는 언 발에 오줌누기일 것 같지만.
이번 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뉴스를 보니 올해 2번쯤 더 인하할 것 같다고 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개인투자용 국채 금리도 내려가겠지... 이미 작년 6월에 3.690%였던 10년물 합산 금리가 이번 달에 3.190%까지 떨어졌는데... ㅠㅠ 아마 3%대가 무너지면 나도 다른 투자를 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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