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24년 6월의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

2025. 2. 22. 20:24여행자의 삶

728x90

나는 휴가에 대한 설렘이 크지 않다. 평소에 하는 일이 고달프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갈망이 적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거나, 이것저것 열심히 찾아보고 휴가를 준비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마 단 한 번도 없을 것 같다.)

 

작년 휴가를 뉴질랜드로 가게 된 것은 대한항공 덕분이었다. 예전에 카드사용 및 비행기 탑승으로 모아둔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는 메일을 보내준 게 계기였다. '사라지면 아까운데... 보너스 항공권으로 쓸 데가 없나?'라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뒤적였다. 그러다 6월쯤에 뉴질랜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싸! 하고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런데 2가지 변수가 있었다. 1주일 정도만 다녀오고 싶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하려다 보니 자리가 없어 거의 2주를 머물러야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수수료(?)였다.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뭐 그러너 것 같았는데... 비행기표는 무료였지만 37만6900원을 내야 했다. (보너스 맞나?)

 

그래도 2주나 있다보니, 북섬 오클랜드로 들어가서 북섬에서 두 곳(오클랜드 포함), 남섬으로 이동한 후 남섬에서 3곳(크라이스트처치 포함)을 여행하기로 했다. 내가 고른 북섬 여행지는 바로... 통가리로 국립공원이었다. "용가리 통뼈"가 생각나는 것은 내가 늙어서 그런 걸까? 

 

통가리로 국립공원 인근 마을

 

통가리로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나는 오클랜드에서 시외버스를 탔다. 뉴질랜드는 랜트를 하지 않고 시외버스나 기차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 1대 정도만 있는 듯한데, 기차는 몇 달 전부터 매진이라고 한다. 워낙 풍경이 예뻐서... 오클랜드에 도착해서 도시를 둘러보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밤을 보낸 뒤, 나는 버스를 타고 통가리로 국립공원 마을로 왔다. 오는 길에 양과 소가 엄청 많았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홍콩 친구 말로는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양이 많다"고 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밤을 보내고... 이곳은 뭔가 지역을 이동하면 날이 저문다. 지역간 거리가 멀거나, 교통편이 느리거나.. 암튼 난 시간 부자였으니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양떼를 보는 것만으로도 꿀잠을 잤으니.  '알파인 크로싱'(?) 운영사는 새벽 7시에 우리를 집합시켰다. 옷과 신발, 장비 등을 꼼꼼하게 챙기고 국립공원 입구로 우리를 차에 태워 데려갔다. 입구에서부터 잘 닦여진 그리고 쓰레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데크와 산책로를 따라 30분 정도 들어가니... 떡 하니 보이는... 오레오? 

통가리로 국립공원, 요며칠 눈이 많이 왔다고 하더니... 산이 참 예쁘게 눈을 입고 있었다

 

알파인 크로싱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천혜의 자연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자, 그들이 자연에 대해 가진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여행법인 것 같다. 자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서 둘러본다. 흡연은 언감생심, 쓰레기 하나 버리는 사람도 없다. 화장실도 정해진 곳에서만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의 손상은 최대한 줄이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만족감은 최대한 커지게 되는 것 같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가는 데는 한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중간에 아이젠도 차야 했고, 높이 올라갔을 때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몸이 휘청이기도 했다. 천천히 안전하게 걸어올라가다 보니, 겨울 초입(남반구라 6월초에 겨울이 시작됐다) 산행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마침내 정상이라고 할 만한 곳에 오르자, 내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눈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와 연기가 나는 유황천이 있고, 산 너머 구름과 또 다른 산.. 평야.. 바다가 보이는... 인위의 흔적이 사라진 곳에서 느끼는 황홀함'에 압도됐다. 사실 투어를 예약할 때는 미국 달러로 225.28달러를 냈기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안전장비와 친절한 가이드, 그리고 이런 자연을 경험하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오르기 정상에서 우리는 이 풍경을 보며 각자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
지금보니 약간 힘들었던 듯... ㅋ

 

정상에서 우리는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다. 나는 전날 밤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조그마한 과일을 챙겨갔다. 우리 팀에 있던 유럽 분들 중에는 직접 뭔가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7시 집합이었는데... 부지런도 하셔라. 

 

내려오는 길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지그재그로 내려오도록 닦여진 산길에는 고도에 따라 길 옆에 있는 식물이 달라지는 게 재미있었다. (아.. 유튜브 하겠다고 열심히 고프로 찍어왔는데, 2025년이 되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특히 아래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결심했다. 또 와야겠다, 여름에! 그때는 산을 돌아보고 바다로 가서 풍덩을 해야지.

내가 좀 더 사진을 잘 찍거나 좋은 핸드폰 카메라가 있었더라면...

 

산행은 한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돌아와서 장비를 반납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씻고.. 그날 밤 자면서 코를 많이 골았던 것 같다. 같은 방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죄한다. I am sorry. 

2박 3일간의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마치고,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먹은 감튀. 같이 버스를 탔던 룸메 마커스야.. 잘 지내니?

 

뉴질랜드 남섬이야기는 다음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