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4. 12:13ㆍ여행자의 삶
북섬에서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나는 한국에서 많이는 아니지만 일 년에 서너 차례 산을 간다. 하지만 체력을 단련하듯 열심히 정상을 향해 오르고,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게 전부였다. 가는 길에 있는 자연을 눈에 담고 공기를 마시고 바람의 소리를 듣는 그런 산행을 통가리로 국립공원에서 처음 배웠다. 그리고 '자연을 아껴주면 아껴줄수록, 자연이 더 큰 아름다움을 베풀어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너무나 시끌벅적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잠깐 눈만 붙이고, 새벽 버스로 공항에 갔다.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남섬 퀸즈타운으로 갔다. 퀸즈다운은 공항부터 절경이었다. 활주로에 내려서 보면 솜씨가 뛰어난 조각가도 울고 갈 만큼 아름다운 바위벽의 산이 보인다. 촉촉하면서도 차가운 초겨울 공기는 얼마나 싱그럽던지... 공항이라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아쉽다.
퀸즈타운은 정말 작은 마을이다. 그래서 '타운'인가? 이곳은 호수가 있는 마을인데, 호수인데 파도가 친다고 한다. 나의 어설픈 영어 리스닝으로 이해하기론 "한 용맹한 무사가 이 호수에 괴물을 처치했고, 그 괴물의 머리가 물속에서 숨을 쉬어서 파도가 친다"고 했던 것 같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홍콩 친구가 퀸즈타운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 버거가 있다. '퍼그버거'. 나는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서 갔는데 한 10분 정도 기다렸다. 테이크아웃으로 한 개를 구입해, 호수 앞에 앉아서 먹었다. 초겨울에 접어들어 날씨가 좀 쌀쌀했지만, 버거가 내 입맛에는 꽤 짭짤해서 '추위를 짠 맛으로 다스리며' 먹었다.
퀸즈타운에서 버거를 먹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호수 주변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하카'라는 브랜드였다. 새로 지어진 것처럼 깔끔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흘간 3인실을 썼는데, 나 말고 다른 게스트들이 있어서 침대가 빈 날이 없었다.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 나는 예약해둔 밀포드사운드 트립을 떠났다. 차로 호텔 앞까지 데리러 왔는데, 나는 호텔이 아니라 게스트하우스라서 가까운 호텔로 가서 차를 탔다. 밀포드사운드 트립은 차로 픽업을 하고 배로 2시간 정도 돌아보는 코스인데, 177.67달러를 냈다.
밀포드 사운드는 가는 길도 참 아름답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키위'라는 새가 뉴질랜드에서 유명한데, 가이드가 키위 새가 많다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휘파람을 부니 정말 새가 우리한테 날아왔다. 신기... 가는 길도 재미있었는데,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지리 책에서나 보던 피오르드 해안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피오르드 해안이란 빙하로 침식된 계곡이 물에 잠겨 생긴 해안을 말한다. 그래서 바다 주위로 삐죽빼죽한 산세를 볼 수 있다.
밀포드 사운드는 초록빛 물색 위로 잔잔히 돌아다니는 배,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숨막히게 아름다운 산세를 보는 곳이다. 배가 방향을 틀때마다 새로운 폭포나 산이 나타나는 게 2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배 안에는 쿠키나 커피도 있다. 무료!
밀포드 사운드는 배를 타고 해안선을 돌아보는 코스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보는 코스가 있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라서 배를 탔다. 하지만 막상 돌아보니 경비행기로 하늘에서 보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도 느낀 점은 이 산세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게 보존된다는 점이다. 욕심많은 사람들이라면, 저렇게 예쁜 곳에 다리를 놓거나 클라이밍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벌려고 할 텐데... 그런 것 없이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놓아두고, 조금 떨어져서 즐기는 뉴질랜드의 지속가능한 관광 태도도 아름다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만 한 4시간 정도는 된 듯하다. 짧은 영어로 최대한 알아들으려 하다보니, 긴장이 되었는지... 이 날도 코를 골며 잔 듯하다. 게스트하우스 민폐남... 다음날은 새벽 산책을 나갔다.
원래 아침에 노을이 지면 날이 흐리다고 하던데, 이날 아침은 노을이 장관이었다. 퀸즈타운 마을이 불타오르는 듯했다. 새벽에 문을 여는 카페에 가서 커피, 아메리카노 말고 뭐라고 하던데.. 아메리카노랑 비슷한 커피를 부르는 명칭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커피를 한 잔 사들고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새벽에 어찌나 짹짹대는지... 오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동전세탁기로 세탁을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와인과 맥주 호핑투어'를 갔다. 서너 대의 승합차가 정해진 코스를 시간대별로 도는 데, 각자 원하는 지점에 내려 맥주나 와인을 돈주고 사마시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두세 곳의 브루어리를 가서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ㅋ 술을 잘 몰라서. 다만 마지막에 간 이 곳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맥주집이었다. Altitude Brewing. 술맛을 잘 모르는 내가 술맛 평가는 어렵지만,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공항에서 보이는 그 산세를 바라보며 호수 앞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수제 맥주도 꽤 다양하게 있었는데, 가격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았다.
다음 날 나는 퀸즈타운 뒷동산에 올랐다. 유명한 등산 코스는 아니지만, 뒷동산 산책 코스 정도랄까?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퀸즈타운 모습이 정말 그림이었다.
오전에 홀로 등산을 할 때는 다소 흐렸던 날씨가 오후에는 활짝 개었다. 충전해둔 시내버스 카드를 알뜰히 쓰고 싶은 마음에 애로우타운으로 갔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1860년대에 광산이 발견되어 번성했던 마을이라고 한다. 지금은 옛스러운 가게들을 파스텔톤으로 칠해서 오밀조밀 모아놓았다.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좋은 마을이랄까? 사진에 관심 없고 늘 배가 고픈 나는 그린홍합 요리에 맥주를 한 잔 마셨던 것 같은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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