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6년 12월의 파리

2025. 2. 21. 14:26여행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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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년이 흘렀다. 2016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는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다. 기억하기론 우선 연말까지 안 쓰면 사라지는 휴가가 있었다. 팀원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좀 있었다. 또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프랑스 파리' 할인 항공권을 발견했다. 왕복 80만원대였던 것 같은데. 

 

당시 내가 탄 비행기는 대한항공이 에어프랑스와 함께 운행하더너 비행기였다

 

그때는 MBTI가 그렇게 많이 알려진 시절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는 정말 여행을 계획하는 데 잼병이다. 비행기 표를 끊은 뒤, 대충 호텔 예약사이트에서 저렴한 호텔을 예약했다. 사이트 몇 개를 비교하거나 장소나 이런 걸 따져보지 않고, 그냥 들어본 사이트에 들어가서 '특가'라고 나온 것을 예약했다. 하지만 꽤 운이 좋았다. 르부르 박물관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고풍스러운 호텔을 예약한 것이다. 12월 23일에 출국해서 프랑스에서 12월 31일까지 머물렀는데, 르부르는 인근을 돌아다니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얻어 걸린 내 호텔방. 칠이 벗겨진 곳은 있지만 멋진 침대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나는 아침부터 걸었다. '여행을 왔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었다. 르부르 박물관에서 시작해 튈르리 공원을 걸었다. 걸어서 에펠탑을 찾아갔다. 교과서에서 보던 에펠탑이 그렇게 거대할 줄이야... 에펠탑 위쪽에서 바라보는 파리는 뭔가 또박또박 잘 써놓은 글씨 같았다. 

튈르리 정원의 아침

 

에펠탑 아래서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개선문도 찾아갔다. 개선문은 며칠 뒤 야간에 다시 한 번 갔다. 박물관을 돌아볼 수 있는 패스를 샀는데, 개선문도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ㅎ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개선문을 갔다가 샹제리제 거리에서 달팽이 요리를 찾아다녔다. 보통 나같은 추레한 남자 동양인은 신경도 안 썼지만, 유일하게 호객하는 곳에 가서 비싸게 먹었던... 씁쓸한 기억이... 

개선문

 

개선문 올라가는 계단
개선문에서 본 파리 야경

 

크리스마스날에도 파리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파리지앵들은 이 시기에 휴가를 가서 파리에 없다고 하더라. 뭔가 관광객 말고는 한산해 보이는 파리를 뱅쇼를 홀짝이며 돌아다녔다. 지도도 없이 다녀서 어디가 어디인지 몰랐지만, '길을 잃어도 괜찮지 않을까'하면서,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를 상상하며 다녔다. 퐁네프 다리도 가고, 노트르담 성당도 가고.. 시청도 가고.. 그냥 발 닿는 대로 다녔다. 

거대한 청동탑?

 

센 강에도 누가 자물쇠를... 사랑의 족쇄들...
노트르담 성당. 크리스마스에 노트르담 성당이라니...

 

몇 년 뒤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났었고, 지금은 보수 후 다시 문을 열었다고 들었다
뭔가 지붕에 번쩍이는 게 있어서 찍었다
생각해보면 겨울인데도 파리는 서울보다 덜 추웠던 것 같다

 

다음 날은 현지 한인분이 하는 투어를 통해 몽생미셸을 다녀왔다. 나 말고 한국인 여성 3분이 같이 갔다. 디즈니 로고?에 모티브로 나온다는 곳인데, 원래는 수도원이었나? 바깥에서 보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저녁에. 

저렇게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처럼 변해서 천연 요새였나 보다
몽쉘통통 아니고, 몽생미셸.

 

다음 날은 같은 투어사 프로그램으로 벨기에 브뤼헤와 브뤼셀을 다녀왔다. 브뤼셀 광장에 오줌싸개 동상이 유명하다는 데, 사진도 찍고 싶지 않을 만큼 별로였다. 오히려 광장에서 밤에 펼쳐지는 조명 show가 너무 멋있었다. 

 

벨기에 브뤼헤였던 것 같다
예수님의 보혈이 있는 교회라고 했던 것 같다
브뤼셀의 오줌싸개
브뤼셀 광장의 조명 show
가이드를 해주신 분이 한국인 분들이 좋아하는 식당이라고 하셨는데... 뭘 팔았던 곳인지는 모르겠다

 

이후 일정은 박물관/미술관 투어 중심이었다. 미술에 조예가 없는 나도 파리에 가면 예술을 사랑하게 되더라. 

모나리자
피리부는 소년

 

오르셸 미술관 시계였나?

 

너무나 유명한 그림
너무 안 유명한 나

 

퐁피두 센터였나?
파리 시청이었나?

 

파리에서 일행을 모아 베르사유 궁전을 갔다. 우리는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갔다. 입장 대기 줄이 엄청났다. 기다릴 때 좀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안에 들어가서 '인내심을 갖고 꼭 와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앙뜨와네트 왕비를 생각하며 돌아다녀 보기도 했고, 베르사유에는 화장실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현대에 지어진 화장실을 찾아보기도 했다.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사람이 많았지만, 줄을 서서라도 볼 만한 곳이었다. 베르사유

 

여정이 마침표를 향해갈수록 내 체력도 바닥이 났다. 다음날 아침 출발을 앞둔 전날은 오전에 몽마르뜨를 다녀오고, 주로 호텔 인근에서 밥을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몽마르뜨 언덕을 간 날... 이렇게 안개가... 덕분에 몽마르뜨 인근에 많다는 팔찌 파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몽마르뜨 언덕
안개가 껴서 그런지 내게 팔찌를 파는 사람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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