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6. 16:48ㆍ여행자의 삶
내가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을 찾는 게 더 쉬운 일이다. 운동도 못 하고, 연애도 못 하고... 운동이나 연애는 뭔가 타고난 게 영향을 주니까 그렇다 치자.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투자'에 잼병이라는 것이다.
나는 2007년 11월부터 직장생활을 했다. 그동안 이직을 한다고, 사업을 해보겠다고... 한 달에 수입이 0원인 적도 있었고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저축은 할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저축이 문제였다. 뭔가 '마이너스의 손'이랄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아마 2009년쯤이었던 것 같다. 은행에 가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위탁계좌(?) 같은 것을 만들어서, 미래에셋증권에 투자를 했다. 첫사랑은 잊기 어렵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처음 샀던 주식이 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성과가 없었으리라. 기억나는 것은 가전으로 유명한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매도하다가 실수로 더 큰 손실을 봤던 것이다. 뭐 어찌됐든, 내 잘못이었고 금액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깡패에게 삥뜯긴 듯 기분이 나쁘긴했다.
이후에도 나는 정신을 못 차렸다. 당시 내가 다디던 직장은 너무 바빠서, 나는 월급으로 주식을 많이 샀다. 뭔가 공부도 없이, 그냥 유명한 회사니까 샀다가 팔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러다 2011년에 일본에서 큰 난리가 있었고, 재건과 관련해 중공업 계열사 및 한 자동차 기업의 주식을 샀다. 근거 없는 추측으로 샀다. 중공업 계열사는 금방 팔았지만, 자동차 기업 주가는 나날이 떨어졌다. 당시 나는 손절을 몰랐고, 물타기만 했다. 월급을 타면, 00차 물타기...
아마 그 주식은 거의 7~8년 이상 나의 증권 계좌에 있었다. 가치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나는 본전에서 약간의 수익이 났을 때 그 주식을 팔았다. 내 투자인생에서 정말 바보같은 짓이었다. 거의 1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을, 3~4% 수익(보유기간 돈이 묶인 걸 생각하면 사실상 손실)에 팔아버렸으니. 지금 그 자동차 기업은 꽤 잘 나간다. 배가 아프다. 그래서 나는 길에서 그 회사의 차만 봐도, 속이 쓰려온다.
그런 일을 겪고도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된 소비재 기업의 주식을 샀다. 대주주 사모펀드가 앞서 다른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니, 이번에도 잘 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주식은 코로나 직전부터 곤두박질을 치더니, 결국 최근에 상장폐지를 했다. 내게는 소액이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나는 소액주주다. 그 사모펀드는 자신들의 원금 회수를 위해, 나같은 소액주주를 버리고 '상장폐지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제 배당을 실시해, 원금을 회수하려 한단다. 몇 년을 기다려준 우리를 버리고, 자신들의 본전만 찾으려 하다니... 그래서 나는 나같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소송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의 주식 가치를 정당하게 계산해달라!'는 소송이다. 아직 소송의 결과는 안 나왔지만, 이미 나의 주식투자는 분명 실패한 것이다.
쓰라린 경험이 있으니, 이제 투자의 ㅌ도 쳐다보지 않게 됐을까? 아니다. 개가 똥을 어찌 참겠는가? 더구나 나는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는 처지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좀 더 공부를 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해보기 시작했다. 일반 투자가 아닌, 연금투자다. 연금계좌로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를 시작했다. S&P500, 나스닥100, 고배당주를 나름의 계획을 세워 비율을 정했다. 그리고 매달 적립식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얼마전 국내증권사가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ETF 관련 논란이 일었다. 복잡한데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지고 이중과세 위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 왜 나의 투자는 이렇게 꼬일까? 꽈배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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