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 15:35ㆍ여행자의 삶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미키17'. 봉준호 감독 작품이고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한다 등의 이유보다는 KT 멤버십으로 1년에 최대 5번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쓰고 싶었다. 마침 연휴기도 하고.

나는 보통 '유명하다'거나 '압도적 흥행가도'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이다. 기생충도 아직까지 않봤고,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중에 안 본 게 꽤 된다. 반골기질이 있는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래서 이번에 쓰는 영화 리뷰도 순전히 개인적이며, 아주 아마추어적이다.
만약 '당신의 육체는 얼마든지 다시 만들어지고, 정신과 기억은 고스란히 이어진다'면 어떨까? 엄청나게 행복할까? 죽을 병에 걸리는 일이나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을 테니, '갈 때까지 가보는'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세상 참 지루하구만...'하고 푸념을 하게 될까? 영화 '미키17'에 나오는 미키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익스펜더블'이다. 하지만 expendible이라는 이름처럼, 그는 다른 인류를 위해 소모된다. 질병 백신 실험용이되고, 위험한 일에 선봉으로 내몰린다. 그가 많이 죽으면 죽을수록 인류는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되는 셈.

미키(로버트 패틴슨 역)17에서 17은 17번째 미키라는 뜻이다. 16번 죽었다는 것. 그러다보니 "넌 다시 복제되니까 괜찮잖아"나 "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를 들으면 산다. 그가 존엄한 생명이라든가, 그에게도 삶이 소중하다든가 등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의 없는 이유를 말하면 스포일러라서) 미키를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태도는 우리가 외부의 존재를 각자 고유의 가치와 소중함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미키를 마치 실험용 쥐 취급하는 것이나 외계 생물을 마치 개척을 위해 정리되어야 할 미개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 등에서, 마치 학교 제출용 감상문을 써야 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오만함 등을 비판해야 하는 것일까? 같은 생각.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삶이 소중한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죽음이란 삶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그 누구도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죽음, 그리고 죽음을 향해 가는 노화 등을 슬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본다면.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한정된 시간이 가치 있는 것이다. 그 유한함 때문에 우리는 뭔가를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희로애락... 즉 감정이라는 인간 삶의 추동력을 맛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울러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잘 살아보고자 노력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그 유한함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나 답게 살자'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됐다. 세상에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나 환경이 비슷한 사람, 혹은 얼굴이 비슷한 사람은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나 살아오며 내 마음에 내려앉은 기억은 물론, 굽힐 때마다 무릎에서 나오는 이 소리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이토록 고유하고 유일한데, 타인의 성공기준이나 욕망을 마치 내것인양 가져와 고통받으며 살 필요가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며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에 굉장히 놀랐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브레이킹던'이었나, 암튼 뱀파이어로 나왔던 영화였는데. 그 때는 얼굴을 창백하게 분장하고, 옴므파탈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만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연기하는 미키는 굉장히 감정의 폭이 넓은데도, 아주 정성을 들인 듯한 세밀함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감독들은 로버트 패틴슨을 보면 '안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예전에는 뱀파이어더니, 지금은 익스펜더블이라니. 뭐.. 잘 안 늙는 것 같긴 하다. 흥! 칫! 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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